만성 통증은 외상이나 염증이 사라졌음에도 통증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일상생활과 정신 건강까지 위협하는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이 평생 한 번 이상 만성 통증을 경험했습니다. 통증의 원인이 사라졌는데도 고통이 이어지는 이유는 신경계가 통증 신호를 과도하게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통증은 단순한 신체 신호가 아니라 감정과 기억, 불쾌한 감각까지 결합돼 환자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렸습니다. 기존 치료법은 증상을 누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근본 원인을 되돌리는 데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진통제의 한계와 중독이라는 그림자
현재 만성 통증 치료의 중심에는 마약성 진통제가 있습니다. 모르핀 계열 약물은 강력한 진통 효과를 보이지만, 반복 사용 시 내성과 의존성이 생기기 쉽습니다. 복용량이 점점 늘어나고, 약을 중단하면 심각한 금단 증상까지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이 사회 문제로 번졌습니다.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중 상당수가 합성 아편류 진통제와 연관돼 있다는 통계는 기존 치료 전략의 위험성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약물이 또 다른 질병을 부르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통증을 감각과 고통으로 나눈 새로운 접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진은 만성 통증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습니다. 연구팀은 통증을 '신체 손상을 인지하는 감각'과 '불쾌하고 괴로운 정서적 고통'으로 구분했습니다. 다쳤을 때 느끼는 보호 신호는 유지하되, 필요 없는 고통만 제거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연구진은 만성 통증의 정서적 고통이 뇌의 전대상피질(ACC)이라는 영역에서 생성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부위는 기존 마약성 진통제가 작용하는 핵심 회로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기존 수용체를 자극하는 방식 대신 전혀 다른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AI로 통증 행동을 읽고 치료 효과를 검증하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만성 통증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생쥐의 신경을 손상시켜 만성 통증 상태를 유도한 뒤, 움직임과 자세 변화를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통증이 있을 때만 나타나는 행동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치료 전후의 변화를 수치화할 수 있었고,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정확한 검증이 가능했습니다. 기술과 생명과학의 결합이 연구 신뢰도를 끌어올린 사례였습니다.
유전자 치료로 신경세포의 폭주를 막다
연구팀은 해가 없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전대상피질 신경세포에 전달했습니다. 이 유전자는 평소에는 비활성 상태로 있다가 특정 신호 약물이 투여될 때만 작동했습니다. 활성화되면 디레드(DREADD)라는 인공 수용체를 만들어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세포의 활동을 억제했습니다. 실험 결과, 치료를 받은 생쥐는 만성 통증 상태에서 보이던 이상 행동을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점은 정상적인 통증 감각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고통만 차단했다는 의미였습니다.
중독 위험을 피한 안전한 치료 전략
이번 치료법의 핵심은 모르핀 수용체를 직접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존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을 유발하는 경로를 자극하지만, 이번 유전자 치료는 유사한 회로를 우회적으로 조절했습니다. 신호 약물 투여를 멈추면 유전자 작동도 중단돼 장기 부작용 위험이 낮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만성 통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통증을 무조건 억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뇌 회로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입니다.
만성 통증 치료의 미래를 열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전자 치료 기술과 비침습적 뇌 자극 기술이 결합된다면, 중독 걱정 없는 맞춤형 진통 치료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만성 통증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비용까지 증가시키는 질환입니다. 근본 치료법이 상용화된다면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은 물론 의료 시스템 전반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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